고3 여자 스카 스토킹 vs (Feat. 안당해봤음 말을말어)
목차
Hello? 하루의 절반 이상을 스터디카페에서 보내는 고3 여학생입니다.
제가 다니는 스터디카페의 한 남성분의 스토킹하는듯한 행동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조언을 받고자 글을 올립니다. 글이 길어질 듯 하지만, 사람 하나 살리는 마음으로 한번만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대 초중반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이제부터 그 사람이 하는 행동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고로 말한마디 섞어보지 않은 사이입니다.
첫째, 우선 제가 휴게실에 가며 그 사람 근처를 지나치면 고개를 확 들거나 꺾어서 제 눈을 빤히 쳐다봅니다. 오죽하면 저희 스카를 구경하러 온 제 친구도 저 남자 왜 저렇게 너를 쳐다보냐고 놀라서 물었을 정도입니다. 저도 처음엔 놀라서 쳐다봤는데 요즘엔 그냥 무시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평소에도 고개를 돌려 저를 계속 흘끗흘끗 봅니다. 그 사람이 요즘 앉는 자리는 제가 앉는 일렬로 된 라인 옆의 삼면이 막혀있는 자리인데요, 그 사람은 의자를 최대한 뒤로 뺀 뒤 뚫려있는 쪽으로 책과 몸을 밀착하고, 고개를 돌려 옆 라인에 앉은 저를 몇 분에 한번씩 확인합니다. 제가 여태까지 한달넘게 늘 앉던 자리를 3번정도 바꿨는데 그때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사람도 늘 앉던 자리를 바꿔 제 자리와 가까운 자리에 앉았습니다.
둘째, 제가 휴게실에 가는 걸 저렇게 확인한 뒤에 따라 나옵니다. 휴게실에 제가 머무르는 동안 저를 흘끗흘끗 보면서 계속 사물함을 뒤지거나 물을 새로 뜨거나 컴퓨터를 만지작거립니다. 제가 스터디존으로 다시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들어갑니다.
우연히 타이밍이 맞은거 아니냐고, 의미부여 하지 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개월간 이 일을 최소 하루에 한번씩 경험한 당사자로서, 이렇게 매번 따라나오는 건 의도된 행동임을 분명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셋째, 제가 집에 가는 타이밍에 맞춰 엘리베이터를 같이 탑니다. 제가 주섬주섬 가방을 싼다 싶으면 고개를 팍 돌려 확인 하고는 막 자기 가방을 쌉니다.
하도 급하게 우당탕탕 싸서 주변사람들이 쳐다볼 정도입니다. 제가 같이 타기 싫어서 엄청 빠르게 짐싸서 뛰어갔는데도 그분은 가방도 제대로 못 잠그고 급하게 뛰어와서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탑니다.
한번은 제가 너무 같이 타기 싫어서 휴게실에서 사물함 정리하는 척 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 사람이 조금 있다 나가길래 사물함 정리를 마저 하고 10분 정도 후에 나갔는데요, 스터디카페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남자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그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이것도 우연의 일치라 할 수 있을까요? 결국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다행히 횡단보도 이후 집방향은 다른듯 합니다.
넷째, 휴게실에서 밖에 잠깐 나가는 저와 마주쳤을때는 물을 뜨거나 컴퓨터로 인쇄를 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는 빈손으로 따라나와서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나와서 제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그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서성거립니다. 그러다 제가 횡단보도를 다 건널 때 쯤에 도로 들어가더군요..
이러한 행동들이 정상적인가요? 그것도 성인이 미성년자인 저한테 이러는 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저는 의대를 지망하고 있고 학기중 7시간, 방학인 지금은 14시간이 넘게 스터디카페에 머무릅니다. 그 사람도 거의 하루종일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스터디카페에 온 지 6개월이 되어 가는데요, 제가 온 지 2주쯤 됐을 때부터 위와 같은 행동을 지속해왔습니다. 처음엔 제가 착각한 줄 알았고, 그다음엔 저한테 관심이 있나 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 달이 되어갈때 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에 신경쓸 여유가 없어 그냥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려고 오면 그냥 계단으로 걸어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안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만두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사람과 직접적으로 엮이는 게 조금 두렵기도 했고요.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조금만 버텨서 어서 여기를 뜨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이제 더이상 못견딜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일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매일매일, 수개월간 반복되니까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저사람이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기만 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몸에 열이 확확 올라 공부에 집중이 안됩니다. 말그대로 혈압이 오릅니다. 아직 수능이 100일 남짓 남았는데 앞으로도 그럴거라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저는 둔하면 둔했지, 예민한 스타일은 절대 아닙니다. 이런 일을 겪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또한 스터디카페 전체에서 저분만 저런식으로 행동합니다. 위의 모든 일들이 제 망상이라느니 하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오랜 시간동안 반복적으로 겪었으니 확신할 수 있지만, 보다시피 행동들이 다 사소하고 우연의 일치로 보기 쉬운 것들이라 증거도 모을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제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여 오히려 신뢰를 잃고 불리해질까봐 사장님께 섣불리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건 문제를 제기한 제 쪽이고, 저 사람은 부인하면 그만이니까요.
(cctv는 스터디존 내 6대 정도 있는데, 저 사람이 앉는 자리는 3면이 칸막이로 막혀있어 잘 찍히지 않습니다.)
집근처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은 여기가 유일해서 옮길수도 없습니다. 여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가까운 곳이 걸어서 30분입니다.
제발 제게 현실적이고, 치밀하고, 정확한 해결방법을 알려주세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 이사람이 스터디카페를 떠나도록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이사람이 이런 짓을 완전히 그만두게 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제 인생이 걸린 정말 큰 문제입니다.
+추가글)
안녕하세요?
제 상황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실 줄 몰랐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많은 댓글이 달려 모든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우선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따뜻한 조언, 따끔한 충고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말씀대로 제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만 무시하고 참으면 될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한 여건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미련하게 계속 남아있었으며, 그 남자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로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지 못하고 막연히 쫓아내고 싶다는 생각만 반복했구요.
이번주 내로 최대한 빠르고 조용하게 스터디카페를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독서실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제가 멍청한 짓 하지 않고 가장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공감과 위로, 응원도 너무너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모든 댓글에 일일이 답 글을 달고 싶지만 시간여건이 되지 않네요..
걱정해주시고 좋은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꼭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무더위와 코로나 조심하시고요. 저도 잘 극복해서 꼭 목표 대학에 합격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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